육체적 사랑이라고 하면 정신적 사랑의 반대말입니다. 그래서 육체적 사랑이 뜻하는 것은 정신이 없는 사랑이고, 관능적, 동물적이라는 말이 연상됩니다. 그러나 자연이 설계한 사랑의 본질은 육체적인 것이 맞습니다. 음양오행 체계 내에서 사랑 개념은  합생입니다. 여기서 합이란 남녀가 합하는 것이고 생이란 애를 낳는 것입니다. 정신적인 합으로는 애가 나올 수 없고, 오로지 육체적인 합만이 진정한 합입니다. 그래서 여기서의 진정한 사랑은 육체적인 것입니다. 

토성인의 사랑은 육체적인 사랑입니다. “바람피기 좋은 날”(2007, 장문일)에 나타난 인물들은 공통적으로 토성인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사랑은 육체적인 쾌락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쾌락을 훼방 놓으려는 갖가지 이유들(가령 윤리문제, 법률문제 등등)은 전혀 문젯거리가 되지 않습니다. 궁극적으로 육체적인 쾌락 앞에서는 모든 불법이 합리화되고 인정됩니다. 새침떼기 윤진서(주부 작은 새 역) 조차 “맛”을 알게 되자 자기가 나서서 여관방을 잡고 남자친구를 불러 들입니다. 불륜에 대한 죄책감? 그런 것은 개나 줘 버립니다. 막상 그 위치에 가면 그런 것들은 전혀 변수가 되지 않습니다. 복수와 원망? 이것 역시 주제로부터는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육체적 쾌락을 나눌 수 있을까에 집착할 뿐입니다. 하등의 환상이나 꿈에 사로잡혀 있지 않습니다. 

물론 방해하는 것이 많을수록,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일은 흥미를 배가시킵니다. 그것을 가로막는 것들은 일종의 조미료들입니다. 타부를 깨는 것만큼 흥분되는 일이 없습니다. 그것은 정신적인 룰에 대한 육체의 승리이기 때문입니다. 애로 영화의 문법은 궁극적으로 육체지상주의입니다. 육체는 아름답고 달콤합니다. 그것을 특별히 부각시키고 관객을 응원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육체적이란 것은, 누가 동물적이라고 보든, 누가 저질이라고 하든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맛의 세계가 있습니다. 그것을 쾌락이라고 부르던, 관능이라 부르던, 이성으로 측정할 없는 느낌의 세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맛의 세계가 있습니다. 그것은 육체, 즉 살과 뼈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