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인 캐릭터는 범죄 스릴러 장르의 단골 주인공입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치밀하고도 잔인한 범죄를 수행하려면 금성인이 가진 섬세함과 살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섬세함과 살기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듯하지만, 날카로운 면도날이나 매스를 보면 서로 상통하는 속성임을 알 수 있습니다. 

“텔 미 썸딩”(1999, 장윤현)의 주인공 심은하(채수연 역)은 그 아름답고 연약한 모습과 함께 연쇄살인의 잔인한 살기를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그 섬세한 여성성과 연쇄살인이라는 것이 연결되는 것이 매우 어렵지만, 그것이 금성인의 캐릭터라면 개연성이 충분합니다. 금성인은 드러난 모습과 전혀 다른 또다른 것들을 내면에 압축적으로 감춰 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기의 속성은 부풀고 펼쳐진 것을 불러 모아 단단하게 압축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가시로 뒤덮힌 단단한 껍질로 둘러 싸서 차단을 해 버립니다. 표피를 줄이고 감싸는 것은 그 내면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 내면은 은폐되어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진짜 공포는 그 내면으로 접근을 할 수 없고, 소통이 되지 않아 어떤 공격이 예정돼 있는지를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내면의 비밀은 타임캡슐처럼 보관된 과거의 트라우마일 수도 있고,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처녀귀신들처럼 풀 수 없는 원한일 수도 있습니다. 서릿발같은 원한이라는 비유를 보면 금기의 속성과 원한이 묶여 있습니다. 더구나 처녀라고 하는 연약함의 상징이 원한이라는 내면적 병을 만나 처녀귀신이 되는 것을 보면, 섬세하지만 잔인한 금기의 속성이 처녀귀신에게서도 나타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금성인은 공포 스릴러와 뗄 수 없는 관계가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