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의 그릇은 더이상 설명이 필요 없이 재물의 그릇입니다. 재물 하면 떠올리는 돈, 재산은 당연히 재물입니다. 그러나 재물이라는 것을 더 본질적으로 정의해 보면, 내 것 일체를 의미합니다.

내 삶의 터전

내것이란, 가진 물건이나 돈도 포함하지만, 내가 점유하는 공간, 내가 부릴 수 있는 인력, 내가 고용한 직원, 심지어는 나의 생명을 유지해 주는 건강까지 포함합니다. 건강 부분이 의아하겠지만, 몸이야 말로 남의 것이 아니라 내것이며, 가장 대표적인 나의 재물입니다. (몸의 가격(?)은 곧 건강이며 건강이 나쁘면 돈이 나갑니다.) 그리고 재물은 삶의 터전입니다. 경제가 안 좋을 때 자살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남자에게 있어서 처가 재물이고, 여자에게는 아버지가 재물입니다. 재물은 살아야 할 이유가 되고 삶의 터전인데, 만일 남자에게 처가 없다면 그 터전이 없는 것으로서 문제가 발생하고, 여자에게 아버지가 없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나의 영역

재물의 그릇이 크다는 것은 단순하게 돈이 많다는 것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내가 콘트롤하는 영역이 넓다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콘트롤이라는 것은 관리하고 운영하는 것입니다. 집으로 비유한다면, 집이 크면 대가족을 콘트롤해야 하는 것이고, 집이 작으면 단촐한 가족을 콘트롤하는 것입니다. 대가족을 운영하며 사는 것과 단촐한 가족을 운영하며 사는 것 중 어느 것이 좋은 지는 선호도의 차이입니다. 많은 식솔을 거느리는 것은 어쩌면 부담일 수가 있고 차라리 나 만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살기를 원하는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을 일으키고 영위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기업은 곧 내가 콘트롤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그런데 큰 기업을 운영한다고 해서 내 돈이 많은 것은 아닙니다. 자산의 100%를 내 돈으로 충당하는 경우는 없고, 자기 자본의 두 배 이상, 심지어는 10배가 넘는 자본을 부채를 통해 조달합니다. 비록 자기 영역은 크지만, 실체는 빚이고 내 돈은 반도 되지 않습니다. 회사가 잘못되는 순간에는 그 빚을 모두 뒤집어 쓰게 되므로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닙니다. 

재물은 근심이다

재물의 그릇이 크면 클 수록 먹여 살려야 할 식솔이 많아지고 신경쓸 일도 많다는 면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운영이 순조로우면 내가 월등히 많은 몫을 가져가겠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내가 뒤집어쓰는 리스크도 있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월급쟁이가 속편합니다. 

재물의 그릇은 그래서 단순히 부귀영화의 상징이라기 보다는 내가 몸을 움직이고 살아 가야 할 목적이면서, 동시에, 몸이 아파도 아픈 몸을 끌고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굴레가 되기도 합니다. 건강과 재물은 교묘한 메카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재물이 궁해지면 몸이 건강하고, 반면 갑자기 재물이 많이 들어오면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웃긴 것은 벌었던 재물을 다시 버리면 다시 건강을 되찾는다고 합니다. 

남자 다운 삶

남자에게 있어서 재물의 그릇은 다른 어느 그릇보다 중요합니다. 돈을 버는 문제를 떠나서 나의 영역을 구축하고 어깨를 펴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서 재물의 그릇 속에는 아내, 혹은 애인의 영역이 있는데, 남자에게 있어서 여자 문제는 돈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의 원천이자 재앙의 뿌리가됩니다. 그래서 재물의 그릇이 작으면 애인도 없이 혼자 놀다 보니 큰 불상사도 없지만 그렇다고 큰 재미도 없는 인생이 된다는 암시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