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니뭐니해도 가장 무모한 에고이스트는 자연과 맞짱을 뜨는 모험가일 것입니다. 자연은 부정할 수 없는 나의 주인인데, 그것을 정복하겠다는 것! 북극 탐험, 에베레스트 정복을 다룬 영화의 주인공은 본질적으로 에고이스트입니다. 모험은 외로운 것이고 싸움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되고 맙니다. 그 싸움에서 승리하면 나는 살아남고, 그 싸움에서 지면 나는 죽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위스, 오스트리아 영화 “북벽 (Nord Wand, 내사랑 아이거)”(Philipp Stolzl, 2008)는 자연을 향해 도전을 감행한 A형들의 영화입니다.

주인공이 위험한 겨울 알프스 북벽을 오르는 동기에 대해서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히틀러가 게르만의 위대성을 선전하기 위해 북벽 등반에 의미를 두었지만, 정작 주인공은 그러한 의식은 전혀 없습니다. 오로지 산과의 싸움에 의미가 있었던 것입니다. 

불길한 운명의 복선들이 깔린 가운데, 등반은 날씨로 인해 실패로 돌아가고 하산을 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하산 길에 경로를 잃어 버리고 대원들이 모두 죽어갑니다. 줄이 끊어진다거나 돌이 구르는 등 사소한 징조들이 죽음을 암시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의 강인한 정신력은 운명을 극복할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대피소를 바로 코앞에 두고 운명에 무릎을 꿇습니다. 로프의 매듭이 자일에 걸려 다들 보는 앞에서 불과 몇 미터 앞에서 얼어 죽는 모습은 실로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것은 누가 봐도 운명이 장난을 친 것입니다.

알프스의 도전에서 운명의 잔꾀에 힘없이 패배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사람들은 왜 저런 싸움에 목숨을 거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A형들이 가진 알 수 없는 승부욕은 이기면 이겼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고, 지면 죽음을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