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가지 인생의 타입 by 행복리뷰
재능형 - 사랑과 트라우마
재능형은 낭만주의자 답게 사랑의 트라우마를 겪는 순수한 인물입니다. 곽지균 감독은 "겨울나그네(1986)"와 "청춘(2000)"에서 순수한 청춘시절에 겪는 사랑의 트라우마를 그려 냅니다. 트라우마는 맺어질 수 없는 사랑때문일 수도 있고, 예기치 않은 이별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 원인이 무엇이 됐든 젊은 시절의 방황을 만들어 냅니다.
청춘은 단짝 친구 자효(김원래 분)와 수인(김정현 분)이 사랑의 트라우마로 인해 겪는 방황과 극복을 그리고 있습니다. 대사에서 이야기하듯 그것은 "스무살 문턱의 혼돈이고, 단지 섹스의 문제는 아니"라고 합니다. 그 문턱을 넘어서면 이제는 살아가는 일만 남았다고 합니다. 이 묘한 대사는 사랑이란 한 때 겪는 병이자, 인생에서 가장 힘든 분수령이라는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 병을 극복하지 못하면 어려운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평생 상처를 지니고 살거나 영화에서 보여주듯 자살로 마무리 짓습니다.
가슴이 뜨겁게 하고 푹 빠져드는 청춘 영화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랑은 병과 같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 조금은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이 병은 감기와 같이 한 때 겪는 것이지만 B형에게는 치명적인 병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병은 노래처럼, 시처럼, 아름다운 진주처럼 빛나기도 합니다. "겨울 나그네"(1986)는 운명의 저주와 불행으로 인해 밑바닥 인생을 살다 간 한 젊은이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지금은 실버의 반열에 든 안성기, 이미숙, 강석우의 청춘기를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특히 강석우(민우 역)의 수심 가득하고 말없는 연기는 누가 봐도 깊이 빨려 들어가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 수심은 불운에 대한 말없는 항의이면서, 한 편으로는 잊지 못할 첫사랑에 대한 집착을 담고 있습니다. 현실적인 불운과 맺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이중의 비극은 몇 번을 봐도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주인공은 엉망이 돼 버린 현실을 자살로 마감하면서, 그 순간까지도 첫사랑의 감정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을 연출합니다. 이것을 보면서 참 안됐다는 불쌍함과 아쉬움이 영화를 감동으로 이끌어 갑니다.
재능형은 사랑의 병에 매우 취약한 사람들로서, 가슴 시린 첫사랑의 기억 하나 쯤은 평생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