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형을 만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장르는 코미디입니다. 

코믹함이란 현실적인 인간의 모습입니다. 중세 이탈리아의 풍속 소설 "데카메론"에 휴먼 코미디라는 부제가 붙은 이유는, 인간 세상은 코믹하고 어처구니가 없는 일들로 가득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상적인 인간이나 감동적인 인생은 그다지 현실적이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다 그렇고 그렇게 살고 있는데, 그것은 코미디에 가까운 것입니다.

임창정과 김선아는 과거 유쾌한 코미디 영화의 단골 배우들이었습니다. 그다지 잘 생겼거나 예쁘거나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아니지만, 사람들을 생각 없이 즐겁게 만들어 주는 얼굴들입니다. “위대한 유산”(오상훈, 2003)에서 임창정(창식 역)과 김선아(미영 역)는 전형적인 재물형의 연기하고 있습니다.

임창정, 김선아는 구제불능 백수들입니다. 둘이 동시에 뺑소니 사고를 목격하는데, 제보자에게 보상을 한다는 현수막을 보고 둘은 엮이고 맙니다. 사사건건 발생하는 것은 주로 돈문제입니다. 담뱃값에서 모자른 100원, 비디오 연체료, 사례금 500만원… 두 주인공의 좌충우돌은 간단히 말해서 돈 문제로 연결됩니다.

뭔가 로맨스가 생길 듯 말 듯, 두 사람만 밀폐된 공간에서 딱 붙어 있게 된 상황에서의 대사:

“우리 이제 뭐하죠?”
“나도 기분이 좀 묘해요.”
“밥먹었어요?”

더 이상의 복잡한 감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더 이상 깊이 들어갈 필요가 없습니다. 재물형에게서 사랑이나 감정의 깊이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영화에서도 이야기의 흐름은 감정이나 내면의 이야기가 아니라, 쉼없이 벌어지는 행동과 좌충우돌 사건들의 연속입니다. 여기에 의미나 가치를 두는 것은 무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