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살 패턴 - 벗어날 수 없는 굴레

역마살이라는 말은 정처 없이 떠돌거나 공사다망하게 바쁜 인생을 가리킵니다. 일반적으로 역마살이 있다고 하면 여기 저기 많이 돌아 다니는 것을 빗대어 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역마살 하면 떠도는 것만을 연상하기 쉽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벗어날 수 없는 굴레 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떠돈다는 것과 굴레 속에 있다는 것이 모순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동전의 양면처럼 두 개는 하나의 짝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 영화 서편제(1993, 임권택)를 보면 역마살 패턴의 모순적인 요소를 볼 수 있습니다. 판소리를 하는 부녀는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전국을 떠돌아 다니는 신세입니다. 누가 부르면 그 곳으로 가야하고, 아무도 부르는 이가 없으면 사람들이 있는 곳을 찾아 가야 하는 고달픈 인생은 바로 역마의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그런데 판소리라고 하는 것은 이들 부녀의 운명적인 굴레입니다. 이것만 벗어 던지면 사실상 역마 패턴은 사라집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딸이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약을 먹여 장님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 황당스러움은 사실은 역마살 패턴의 본질적인 특징입니다. 

역마살 그룹은 아래와 같이 세 개의 이미지 코드를 포함하고 있는데, 구속된 상태를 표시하는 이미지와, 어두운 곳을 찾아 고생하는 이미지, 그리고 번거로운 일로 시간을 허비하는 이미지가 그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역마살 그 자체는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돈다는 의미가 강한데, 실제 떠돌거나 헤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은 세 번째 그림이고, 나머지는 역마살 패턴의 심층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우선, 갇혀 있는 고양이는 스스로 자신이 선택했다기 보다는 어쩔 수 없이 굴레 속에 들어가 있습니다. 갇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부적응의 문제입니다. 감옥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집단을 수용하는 곳입니다. 역설적이지만, 어쩌면 적응하지 못하는 입장에서는 감옥은 고통도 주지만 한 편은 안식처입니다. 이 역설은 코미디에서는 즐겨 묘사하는 소재입니다.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에서는 정신병원을 나온 주인공이 기계화된 공장 일에 적응하지 못해 감옥으로 가려고 무진 애를 쓰고, 우디 앨런의 "돈을 갖고 튀어라"에서는  얼떨결에 탈옥한 죄수가 다시 감옥으로 들여 보내 달라고 애걸복걸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부적응의 문제는 역마살 패턴에서 중요한 이슈입니다. 

두 번째 이미지인 "쓰레기 통을 뒤지는 고양이"와 세 번째 이미지인 "털실을 푸는 고양이"는 어쩌면 적응의 문제를 해결하는 두 가지 해법을 상징적으로 표시한 것입니다. 하나는 정착이고 다른 하나는 방황입니다. 정착이라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이 현실을 받아 들이고 주어진 환경에 자기를 맞추는 것입니다. 쓰레기 통을 뒤지는 신세는 현실에 적응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입니다. 반면에 방황은 현실을 피하는 것으로서, 나그네와 같은 태도로 세상을 사는 것이 됩니다. 정착으로 가는 인생은 정해진 방식의 삶에 나를 맞추고, 싫어도 해야 하는 의무를 이행하고, 유니폼 혹은 제복을 입어야 하는 직업처럼  나의 주어진 환경과 나 자신을 동일시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반면에 방황으로 흐르는 인생은 수시로 환경을 바꾸고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는 나만의 삶을 살게됩니다. 

정착이건, 방랑이건, 둘 다 심층적으로는 구속과 적응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패턴입니다. 비록 그 방식은 전혀 다르지만, 그 근원은 같고, 그 결과도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공통적으로 둘 다 고생스럽고 번거로우며, 비록 바쁘지만 헛수고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역마살 패턴을 묘사하는 영화들은 대체로 방랑 쪽을 많이 다룹니다. (뒤에 이야기할 일본 영화는 "정착" 쪽으로 많아 보입니다.) 역마살 패턴의 영화는 대체로, 어떤 이유로 인해 자신의 굴레에 묶여서 사회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는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우여곡절 끝에 부적응의 문제를 화해와 치유를 통해 해결해 가는 과정을 그리게 됩니다. 

덧없는 인생을 살다 가는 슬픈 이야기들을 담은 멜로드라마들은 역마살 패턴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근대 소설의 스토리들 역시 역마살 패턴을 많이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문학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 같습니다. 서편제는 이청준의 단편 소설을 영화화한 것입니다. 장돌벵이의 이야기를 다룬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읽다 보면, 어떻게든 정착을 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굴레를 벗어날 지는 미지수입니다.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 역시 역마살 패턴을 가지고 아름답게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위 이미지에서 첫 번째 이미지는 재살(災殺)이라고 부르고, 아직 자신의 입지가 없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흔히 조직에서 퇴출되거나 연을 상실하는 불안감과 관련돼 있습니다. 두 번째 쓰레기 통을 뒤지는 고양이 이미지는 월살(月殺)이라 부르고 달 뜬 밤에 사람들이 안 보는데서 활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유는 스스로를 자랑하고 내세울 게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스스로를 내세우고 싶은 욕망이 가득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이 이미지에 대해서, 번듯한 유니폼이나 관복, 제복과 관련된 직업을 지향한다고 풀이합니다. 가령 의사, 판사, 경찰, 군인 등은 오로지 그 복장만 착용하면 모두가 인정을 하기 때문에 욕망을 만족시켜 준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털실을 푸는 고양이 이미지는 역마살이라 부르고, 이들 세 이미지의 대표입니다. 역마살은 다른 말로는 병든 상태로서 이제 앞으로 새로울 게 없고 부단히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건강을 잃고 마는 인생의 막다른 골목입니다. 희망이나 기대감이 있다기 보다는, 오로지 현상 유지를 위한, 일을 위한 일일 뿐입니다. 그래서 헛수고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며, 의미없는 일을 되풀이 하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차례

4 역마살 패턴 - 벗어날 수 없는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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